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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 독일 일기 : 독일 코로나 상황

Conglog 2021. 1. 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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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블로그에 일기 글을 쓴다. 지금 전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놈, 코로나 바이러스 갑자기 생각을 남기고 싶어서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나는 사실 이 독일 땅에 코로나가 창궐하는 이유를 알 듯 모르겠다. 내가 겪은 독일은 체계적인 법과 규칙 아래에서 질서정연한 시민들이 살아가는 곳이다. 전에 잠깐 살았던 미국의 그 자유분방함과는 사뭇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다.

코로나가 터지자마자 메르켈을 비롯해 국가의 높으신 분들은 밤낮 회의를 거듭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주말이 중요하고 워라벨이 중요하고, 또 저녁 있는 삶이 무지막지 중요한 이들도 코로나가 터지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애썼다는 것을 이 곳 이방인인 나까지 느낄 수 있었다. 금세 대책이 마련되고 법령을 만들고 규칙을 세웠다. 지역마다 규칙을 정하고 법제를 마련해서 벌금도 매겼다. 시민들이 잘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은 마스크 안쓰면 150유로를 내야한다. 그렇게 뉴스에서 신문에서 규칙을 말하면 시민들은 바로 지켰다. 적어도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그랬다.

모든 것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스크 규제에 시위하는 이들은 매주 발생했지만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독일에, 아니 전 세계에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반대'를 외칠 이들이기에. 일반적인 사람들은 건물 내에서 마스크 쓰기, 1.5m 거리두기를 예외없이 지켰다. 순식간에 휴지가 동나고 파스타가 동났지만 마트는 정상적으로 돌아갔고, 일주일 새에 다시 휴지도 채워졌다.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던 것은 없었다. 그 새에 나는 산부인과 검진도 받았고, 남편은 재택근무로 박사과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첫 번째 록다운이 끝나고 4월 말, 모든 것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여담으로 이해 못 할 규칙들이 좀 있다. 마트에서는 손님은 무조건 마스크 착용이 필수이다. 그러나 직원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ㅎㅎㅎ 제일 웃기는 규칙 하나는 마트에 들어갈 때 꼭 카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트 내 인원수 제한을 위한 것도 있고, 카트를 끌면 앞사람과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인데...가족이 마트에 같이 와도 무조건 1인 1카트를 하란다. ㅎㅎㅎ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한 때 우리 동네가 코로나 핫스팟으로 대서특보된 적이 있다. 터키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한 아파트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문제가 많았다. 그 아파트에서 다른 질병으로 쓰러진 사람이 구급차를 불렀으나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코호트 격리되었던터라 구급차는 1시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이게 인종차별인지 아니면 코로나환자 차별인지 모호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람은 숨졌고, 그 일로 폭동도 일어났다. 일부 독일인들이 그렇게 무시하고 조롱하는 터키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생존의 문제였다. 나 역시 공감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에서 내가 코로나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거지? 수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지금 11월.. 다시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첫 번째 록다운 때보다 훨씬 큰 폭풍이 몰아치는 것이다. 분명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일주일간 일일 확진자 수가 10만 명 당 50명이 넘어가는 지역은 지역봉쇄를 할 수 있다고 떠들어 대던 언론은 300개 이상의 지역이 순식간에 그것에 해당하자 일제히 조용해졌다. 인구 12만명이 안되는 우리 동네 마저 57.7이라는 수치를 보였다. 정말 웃기는 사실은 사람들이 이 숫자에 계속 적응해간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을 낙천적이라고 해야할까, 안전 불감증이라고 해야할까?

터키인 아파트가 코호트 격리되던 그 때, 우리 동네 수치는 겨우 49일 뿐이었다. 왜 그리들 호들갑을 떨었던지 묻고 싶다. 지금은 가장 심각한 상황이고, 지금이라도 대책을 세워야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남편의 박사 지도 교수는 금요일마다 다같이 모여서 바비큐를 하자고 하는 판이다. 농담이 아니다.

이번 주는 내내 독일 백신 이야기로 떠들썩 했다. 아직 실험 참가자의 1% 쯤 확인된 단계일 뿐인데 말이다. 이미 백신이 개발되고 백신을 맞은 사람들 마냥 하하호호 하는 독일인들 사이에서 나만 떨고 있다. 한국인인 우리보다야 자국에 지내는 독일인들이 마음 편한 건 이해한다만..마스크 없이 아주 쿨하게 마트에서 근무하는 독일인들을 보고 있자면 아직도 놀랍기만 하다.

여기가 대체 어디야? 코로나 없는 세상인가?

독일에 코로나가 창궐하는 이유를 알 듯 모르겠다. 질서 사이에 빼꼼히 고개 내민 해로운 그 무언가....일반 독일인들은 정말 열심히도 마스크를 쓰고 방역을 지킨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택근무 중이며 외출과 여행을 삼갔다. 그러나 일부 독일인들은, 아니 유럽인들은 여름 휴가를 즐기고 즐겼다. 그리고 그 이후로 일일 확진자수는 매일 급증 중이다. 

옆 나라 오스트리아에서는 이제 유럽인들도 한국의 방역을 보고 배울 때라는 칼럼을 썼다. 그러나 매일 쏟아지는 일일 확진자 수를 보며 한 독일인이 말했다. 코로나 검진 수를 늘렸기 때문이라고. 방역 모범국은 독일이라고. 오늘도 누군가는 법을 만들고 방역을 위해 애쓰고 환자를 돌본다. 그러나 얼마 전 한 코로나 정책 반대자는 Rostock에서 트램을 타던 십 대 승객 둘에게 칼로 위협하며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했다.

얼마 전 유튜버 부부 영국남자와 국가비의 한국 입국 후 자가격리 위반 기사를 보고 내가 구독하고 자주 시청하던 유튜버라 마음 한 켠이 참 안타까웠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조쉬는 한국인이 아니었지 유럽인이었지....내가 생각하던 독일에, 유럽에 코로나가 이리도 창궐하는 이유가 그냥 이 사건 안에 담겨있는 듯 했다. 뭐라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무언가.

나는 국뽕에 차오르고 싶지도 않다. 한국도 이상한 것들은 차고 넘치니까.....이 곳에서 지낼 수록 유토피아는 없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코로나 이후로 길거리에서 인종차별도 그만 당하고 싶고 닫힌 카페와 레스토랑들 사이에서 할 일 없이 주말을 보내고 싶지도 않다. 구름 가득한 회색 하늘도 그만 보고 싶고, 이 놈의 저기압 때문에 달고 사는 편두통도 그만...크리스마스 마켓 없는 이번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 지 감도 안 온다. 그냥 독일 너 이제 안녕 하고 싶은데, 우리 언제 헤어지니?

어제 일일 확진자 수 20,293명 나온 11월 13일 독일 코로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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