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국을 위해서 당장 필요할 짐 말고는 (가을, 겨울옷 위주) 선박 택배를 이용해 보내기로 했습니다. 선박택배.... 최대 3달도 걸린다는 인터넷 글을 본 것 같은데 부디 잘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체국에서는 2달 내로 올거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우체국 택배 선박편은 부산에서 배로 출발하고, 독일 현지에선 DHL이 배송합니다. 악명높은 독일 DHL 부디 반송되지 않고 기숙사로 도착하기를 기도해봅니다.
우체국 선박택배는 아래 순서로 준비했습니다.
1. 우체국에서 5호 박스를 구입해 온다.
2. 여름 옷/신발을 제외한 모든 나의 옷, 신발, 가방, 정장, 각종물건들을 다이소 압축팩을 이용하여 박스에 꾸겨 넣는다.
3. 우체국에 낑낑대며 6박스를 옮긴다. 그리고 배송 중에 박스가 부서지지 않도록 테이프로 전체를 칭칭 동여맨다.
4. 무게를 달아서 가격을 재고 부친다.
5. 독일은 숫자 표기가 특이하니 유의해서 송장을 작성해 낸다.
요금은 무게별로 아래와 같이 나왔습니다.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8kg - 34400원
11kg - 39300원 * 2개
12kg - 44200원
14kg - 49200원
15kg - 49200원
이렇게 6박스에 총 255,600원이 나왔습니다. 진짜 캐리어 하나치 짐 빼고 싹다 부쳤습니다. 신혼살림이라.... 컵이나 그릇도 조금 넣다 보니 짐이 점점 많아집니다. 독일어 공부할 책도 넣고 한국어 책도 넣고 하다보니 무게가 점점 늘어나네요. 그래도 이 때는 선박택배가 가능해서 아주 마음껏 물건을 담았는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선박편은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항공편은 가격이 정말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이렇게 마구 물건을 보내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짐은 2017년 6월 23일에 부쳤고, 이후 택배를 받아본 후기는 아래 이어서 쓰겠습니다.
우체국택배 선박편으로 한국에서 정확히는 6월23일에 서울 노원구에서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이 곳 독일 니더작센으로 택배를 부쳤습니다. 8월23일에 6개의 택배 중 2개를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딱 2달만에!!! 제가 제 손으로 꽁꽁 쌌던 택배를 독일에서 받아보았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저는 분명 6월23일에 6개의 택배상자를 동시에 보냈지만 무슨 일인지 8월29일 오늘까지 2개의 택배를 받아볼 수 있었고 현재 4개의 택배상자가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잠시 배송현황표.. 한국 우체국 택배 페이지를 보시면 저의 택배들은 8월22일에 독일에 도착하였고, 다음날인 23일부터 제가 사는 지역으로 배송을 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너무나 중요하고 많고 비싼 택배들이기 때문에 저는 택배를 받기 위하여 하루 종~~일 집에 붙어 있게 됩니다. 무거운 저 택배를 다른 곳에서 받고 싶지 않았기에 말입니다. 그런데 아래 내용을 보시면 다소 황당한 안내를 받게 됩니다.
'수취인 부재'
많이 황당합니다. 택배는 오지도 않았고 벨도 누르지 않았으며 저는 DHL의 D도 보지 못했단 말입니다. 아래 배송현황표를 보시면 미배달사유가 다양하게도 뜨고 있습니다. 우편물오구분, 천재지변, 수취인부재.. 참 재밌습니다. 이 8월의 맑은 독일 땅에 저 배달업체만 천재지변을 겪기라도 한 걸까요? 똑같은 주소로 같은 날 보낸 6개의 택배가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르게 보내지고 있습니다. 거 참 재밌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배달 시간이 나옵니다. 같은 집으로 올 택배 6개가 있는데 DHL은 상자를 택배원마다 각자 하나씩 맡기로 한건지 모르겠지만 왜 다 다른 시간에 움직이고 있는지 전혀 이해도 안 갑니다. 이런 문제에도 독일번호로 전화번호까지 적었는데, 전혀 아무런 연락도 없습니다.
그러다 저는 수취인 부재보다 더욱 더 놀라운 내용을 보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배달완료'
가장 무서운 단어였습니다. 회송이나 재배달시도도 아닌 배송완료라니요. 받은 적이 없기에 더 두려웠던 배송완료 메시지 였습니다. 우리집은 아무도 다녀가지 않았단 말이죠. 황당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렇게 제 택배 박스는 구경도 못하고 ....저는 허무하게 집에서 하루를 날렸습니다. 그나마 제가 백수니까 참았지ㅋㅋㅋ. 어떤 분들은 회사나 학교 휴가내고 집에서 기다렸다가 낭패보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 분들은 정말 화나실 것 같습니다.그리고 그날 저녁 저는 우편함에서 아래와 같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니가 부재중이어서 우리는 우체국에 너의 택배를 보관하였으니 적힌 주소로 가서 니 택배를 받아오렴."
독일 택배는 본인이 없을 때, 다른 집에 맡겨두거나 다른 dhl 지점에 택배를 두고 갈 때 그 위치를 이런 쪽지로 남겨줍니다. 처음엔 이 종이 받고서 아놔 나 집에 있었는데 이 망할 데하엘 놈들 하고 매우 열받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저 종이로라도 두 개의 택배를 받아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면서 저 주소로 가서 택배를 찾아왔습니다. 상자 모서리가 둥글둥글 박살나서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깔끔하게 왔습니다.
2개의 택배를 받고, 기다림의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혹시나 배송 종이 왔나 싶어서 매일 우편함을 열어보았습니다. 그리고 8월 29일, 진짜 이 나머지 4개 상자는 어디로 간거지 싶어서 도저히 앉아서 기다릴 수가 없어서 저 주소 중 한 곳 DHL 지점에 남편과 손잡고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독일어는 안되니까 영어로 직원이 제발 영어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최대한 공손하게 우리 택배에 대해 문의했습니다.
"혹시 여기에 이 주소로 온 택배 있니?"
"Nein!!!!"
"없구나... 나 택배 6개 보냈는데, 2개만 받았어... 한국에서 2달 전에 보낸거야...나머지 4개는 어디갔을까...?"
"뭐라고??????? 두 달 전???????? 송장번호 알려줘"
"선박편이라서 그래.... 그리고 한국 송장 번호 밖에 없어 우린. 안내 쪽지도 못받았고, 온라인에서는 부재중이었다고만 해.... 트래킹넘버 좀 알려줘..."
착하디 착한 독일인 직원 여자분께서 본사로 전화를 해주셨고 한 10분을 독일어로 우다다다다다다다 통화를 마치시더니다행히 택배가 우리 동네에는 있다는 긍정의 소식을 알려주셨습니다. 택배가 무사하단 소식을 듣고 나서 우리는 일종의 컨플레인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나... 집에 있었는데... 왜 여기다가 택배 준거야... 대체 왜 벨을 안 누른거야...? 이해가 안돼..."
"응... 문제야 문제.... 그 직원이 일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랬나봐...내일 집으로 보내준다니까 기다려봐~"
"ㅎ....그래...고마워...혹시 집에 나 있으니까 무조건 벨 누르라고 독일어로 써줄 수 있어? "
그리하여, 1층 우편함과 우리집 초인종 위에는 저런 종이가 붙게 되었습니다. 저걸 보고도 내가 집에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 라고 생각하며 말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4개의 택배는 아직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분명 수요일에 DHL오피스 찾아갔을 때 직원분이 내일 배달할테니 집에 있으라고 해서 잠자코 기다렸건만... 결국 배달이 오지 않았습니다. 예상된 결과라고나 할까요? 잠시나마 기대했던 제가 아주그냥 똥멍청이 같았습니다.
그렇게 약속했던 목요일이 지나고 금요일의 말미를 하루 더 준 뒤 (스스로 DHL에게.. DHL은 내생각 1도 없음) 주말을 보내고 화딱지 내며 월요일에 다시 DHL오피스를 찾아갑니다. 지난 번에 얘기 나눈 그 여자직원이 그대로 있어서 참 다행이었고 그 직원은 남편과 내 얼굴을 보자마자 얘기합니다.
직원 "어... 무슨일이야?"
우리 "우리 배달 못 받았어^^"
직원 "뭐라고?"
우리 "^^"
직원 "TERRIBLE"
우리 "ㅋㅋ"
직원은 친절하게도(?) 다시 DHL 본사로 전화해서 우리 소포에 대한 추적을 시작하였으나 돌아온 답변은 정말이지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직원 "여기 배달원들이 조금 멍청해서 택배가 이 동네에 있기는 한데, 어딨는지 모른대."
우리 "조금 멍청한게 아니고 매우 많이 멍청한 것 같은데? 그럼 우리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직원 "기다려야 해."
우리 "아니, 당연히 기다리지. 근데 택배가 어딨는지 대체 왜 모른다는거야. 조회를 하면 알잖아."
직원 "배달원이 가지고 가면 어딨는지 알 수가 없어."
우리 "그럼 택배 집합소(?) 어딘지 알려줘. 우리가 가서라도 찾게."
직원 "그거 나도 잘 몰라.."
해도해도 너무한 우리는 특히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되어서 너무 한국인이었던 우리는 열받아 씩씩대며 직접 DHL본사에 전화를 하게 됩니다. 독일어가 안되지만 영어 되는 사람 바꿔!!!!!!!!!!!!!!!!!!!!!! 하며 씅질을 부리며 한국인이 너희에게 진정한 갑질이 뭔지 보여주겠다!!!!!!!!!!!!!! 는 마음으로 있는 화를 다 장착하고 전화를 했습니다. 본사에 직접 전화한 게 효과가 있던 걸까요? 드디어 택배의 행방을 듣게 됩니다.
4개의 택배 중 1개는 우리 기숙사의 OO씨한테 맡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이름도 호수도 모른답니다. 누군데 걔가 누군데 몇호에 사는데!! 왜 그걸 모르냐고!! 그냥 기숙사에서 만난 누군가한테 택배를 줘버렸다고 합니다. 대체 왜 그래요? 이해하고 싶은데 이해가 안 됩니다. 그리고 3개의 택배는 그 여자직원과 대화를 나눴던 그 오피스에 맡겼다고 얘기하는데 믿기지 않지만 다시 그 오피스에 가봅니다. 그러나 오피스에는 아무런 택배가 있지 않았습니다... 이것 마저 거짓말이었다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드디어 9월12일에 DHL 택배를 모두 받았습니다!!!!!!!!
DHL은 분명 우리에게 택배 1개 상자만을 기숙사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했다고 말했는데, 누군지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 이름이 가물가물한건지 M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분도 정말 어이가 없지만 M이라도 알려줘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기숙사에 진짜 많은 사람이 살고 있기에... 다 뒤져볼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찾고 찾은 결과 우리 기숙사에 사는 M****L이라는 독일여자 였습니다. 방학이어서 매일 매일 찾아갔지만 그 여자는 집에 없었습니다. 일주일동안 매일 찾아가 벨을 누른 결과 그 여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이 여자분이 택배를 1개가 아니고 4개를 다 받아서 가지고 있었습니다.
와우.. 1인실 저 작은 방에 저 큰 상자 4개를 왜 때문에 짊어지고 우리한테 연락도 안한겁니까.. 하긴 그 여자분도 우리가 왜 찾으러 안 올까 싶었겠죠. 그건 DHL이 다른 집에 맡긴 것 조차 말해주지 않았고 묻고 또 물으니 나중에서야 1개만 다른 집에 맡겼다고 했기 때문에 서로 도저히 의사소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이 분도 이렇게 좁은데 박스 문앞에 쌓아두고 살거면 우리집을 두드려라도 보지 왜 그랬을까요? 독일 도착하자마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잔뜩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어쨋든 택배를 모두 받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하마터면 겨울 코트를 모두 날릴 뻔 했지 뭡니까. 다시는 데하엘을 이용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날이었습니다.
2017년에 한국에서 독일로 선박택배를 부쳐서 받아 본 후기였습니다. 최근에 DHL은 가끔은 택배가 잘 오지만 여전히 집에 있는데도 택배를 다른 집에 맡기고 종이 쪽지를 넣어두는 식으로 일을 하는데, 여기 몇몇 친구들은 그렇게 택배를 잃어버린 일도 허다했습니다. 여러분도 독일에서의 택배는 비싼 물품이 아닌 선에서 이용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택배가 없어지면 꼭 강경하게 나가서 본사에 전화하시기 바랍니다. 독일에서 4년 정도 살아보니 독일인들은 담당자를 묻고 책임을 지우게 하겠다고 하면 그제서야 일을 처리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은행도 보험사도 택배도 그러했습니다. 모두 독일생활 파이팅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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